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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지니스 2007년 04월 16일] 현필환 깐델라 댄스스튜디오 원장 - 열정 넘치는 살사 댄스 ‘최고수’

깐델라 소식

by 깐델라 2007. 4. 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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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필환 깐델라 댄스스튜디오 원장 
열정 넘치는 살사 댄스 ‘최고수’ 


진정 원하는 일을 위해 사표 쓰기를 꿈꾸는 직장인들. 하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눈앞의 현실이 발목을 잡아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면 사표는 책상 서랍에 고스란히 남게 마련이다.

현필환 깐델라 댄스스튜디오(www.candeladance.com) 원장(36)은 4년 전까지 전 세계를 누비던 직장인이었다. 1997년 삼성SDS에 입사 후 해외영업 업무를 줄곧 맡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부터 중남미와 동유럽 아프리카까지 1년에 100일은 외국 땅에서 뛰었다. 그동안 출장 다녀온 도시만 50~60개에 이른다. 잦은 해외 출장을 남들은 부러워했지만 그에겐 고민이었다. 취미 이상이 된 라틴댄스 살사와 병행할 수 없어서였다.

“직장에 들어간 이듬해인 1998년 살사댄스를 우연히 접하게 됐습니다. 지인들끼리의 모임에서 살사댄스 선생님을 초대하는 이벤트를 마련했지요. 턴을 하는 외국인 선생님을 본 순간 살사에 매료됐습니다.”

첫눈에 살사에 반해버린 현 원장은 본격적으로 살사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살사를 추는 동호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살사를 가르치는 학원도, 온라인 동호회도 없던 시절이었다.

“세미 프로인 미국인 부부에게 살사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7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기초부터 제대로 배워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타고 났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빨리 배웠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살사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 시절 헬스클럽에서도 남자들이 잘 하지 않는 에어로빅 강습을 받았어요. 그 당시에도 리듬 감각이 있다는 얘기를 듣곤 했습니다. 춤 자체에도 관심이 약간 있었어요. 살사를 알기 전에는 재즈댄스를 배워볼까 하고 학원에 가봤지만 여자 수강생만 있어서 포기했었지요.”

그런 그에게 살사는 불꽃을 지폈다. 살사 입문 1년 후에는 아예 살사 관련 회사를 차렸다. 개인 레슨을 함께 받던 사람들과 ‘라틴리듬 프로덕션’이라는 회사를 연 것. 공연팀을 조직해 살사를 가르치고 곳곳에서 공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압구정동의 살사클럽에 컨설팅도 해주는 등 살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 어디든 달려갔다. 평일 낮에는 삼성맨으로, 밤과 주말에는 살사 전문인으로 활동하는 ‘투잡스족’ 생활을 4년여간 했다.

“굉장히 바쁘게 살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 삼성은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을 원칙으로 한 ‘7·4제’를 시행하고 있었지요. 새벽 같이 일어나 회사에서 일한 뒤 밤에는 살사 훈련을 받고 주말에는 강습을 했어요.”

그에게 살사의 첫인상은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살사가 마니아층에서만 향유되던 초창기에는 살사클럽에 가면 3분의 2는 외국인이었다. 해외영업을 하던 그였기에 외국인과의 교유는 자연스러웠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영어가 자연스럽게 늘었다. 유럽 친구, 미국 친구의 살아가는 세세한 이야기, 다른 나라의 문화를 듣다보면 마음은 국경 너머로 탁 트였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 사귀는 재미가 쏠쏠했다.

“제가 원래 재즈 음악을 좋아했는데, 살사에는 라틴 재즈 음악이 많이 녹아있습니다. 그 무엇보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춤이 바로 살사입니다. 기본 틀만 배우면 그루브(Groove)한 느낌으로 자유자재로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게 바로 살사의 매력이지요.”

치렁치렁한 복장이 아닌 캐주얼한 의상도 마음에 들었다. 청바지 하나에 깔끔한 상의도 훌륭한 살사 복장이 될 수 있다.

“살사는 저의 성취욕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단계를 정복하면 그 위에 또 다른 수많은 계단에 놓여 있어요. 살사를 10년간 춰 온 저이지만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봐요.”

살사에 대한 그의 열정은 각별하다. 국내에서는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게 되자 휴가 때마다 외국으로 나갔다. 미국과 일본에 가서 유명 살사 지도자 밑에서 수학하기를 수십 번 했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못한 현 원장은 저명 외국인 지도자를 아예 한국에 초청했다. 그동안 저축한 돈을 아끼지 않고 교육에 투자했다. 그의 한 해 연봉과 맞먹는 초청비를 들여서 LA스타일 살사댄스의 창시자인 프란시스코 바스케스(Francisco Vazquez)와 모니카 곤잘레스(Monica Gonzalez)를 그의 집으로 부르기도 했다. 2001년에는 15일, 2002년에는 40일을 이들 미국인 지도자와 함께 했다.

“세계 최고 대가에게 배우고 나니, 제 춤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 세계 톱 수준의 전문가가 한국까지 와서 개인 레슨을 해주니 획기적인 일이었지요. 한국에 와서 살사를 가르쳐 달라고 e메일로 부탁했는데 동양인이 적극적으로 요청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부인도 전문인… ‘살사계의 전설’ 커플

2001년부터는 또 다른 활동을 펼쳤다. 공연단장으로 팀원을 모집, ‘프리스핀’ ‘살사드림어스’ 등의 팀을 꾸렸다. 팀원은 대부분 살사를 보다 잘 추고 싶어 하는 직장인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살사 붐이 거세게 일면서 살사 1세대인 그는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다. 그의 이름 석자를 보고 팀원이 되겠다고 달려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직장에서 대리가 된 이후에는 한 달에 1주일은 해외로 출장을 가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살사 댄스 팀 운영이 원활하지 않았어요. 과장이 되면 해외 주재원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온 겁니다.”

직장 생활을 계속할지, 좋아하는 살사에 전념할지 갈림길에 섰다. 결국 그는 살사에 무게를 실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배우자와 함께 살사 인생을 택했다. 현 원장의 부인 최은영 씨 역시 깐델라 댄스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는 살사 전문가다. 그가 살사에 입문했을 때부터 춤 파트너로, 이 모든 여정을 함께 해왔다. 부인은 회사에서 재무 업무를 하던 직장인이었다. 2003년 결혼한 뒤 현 원장 부부는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반대할 것이 뻔해 양가 부모님에게는 말하지 않은 채 깐델라 댄스스튜디오를 2003년 차렸다.

“2000년대 초반 살사가 붐업돼서 이제는 성숙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중화되고 저변도 넓어져서 20대, 30대 초반이 즐기던 살사를 이제는 40~50대 중년층도 춥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아카데미가 없던 게 아쉬웠습니다.”

클럽이나 동호회에서 살사댄스를 추며 친목를 나누는 수준을 뛰어넘고 싶었다. 제대로 배우고 훈련하는 시스템을 갖춘 아카데미를 대중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스튜디오를 오픈한 뒤 미국 일본 홍콩 등의 유명 댄서를 초청한 세계적 규모의 댄스 행사를 몇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댄스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보니 살사를 배우는 수강생과의 교유가 또 다른 낙으로 다가왔습니다. 수강생 중에는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에 철저한 사람이 많아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수강생들과 멤버십 클럽을 만들어 인생을 함께 나눕니다.”

깐델라 댄스스튜디오가 서울 선릉역에 위치한 까닭에 수강생 중에는 금융과 정보기술(IT) 전문인이 많다. 또 의사, 변호사, 펀드매니저, 대기업 임원, 최고경영자(CEO) 등 전문직 종사자도 현 원장의 제자다.

지난해에는 가맹점을 포항에 열기도 했다. 또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www.besito.co.kr)에서 살사댄스 의상과 신발 등 댄스 용품을 판매한다. 사업다각화에 도전한 것이다.

“사업을 위해 깐델라의 색깔을 버리진 않을 겁니다. 수강생이 적다고 여러 반 중에 일부를 폐강하는 일은 없습니다. 단순 유행에 그치는 춤을 가르치지 않고 생명력을 가진 댄스만 가르칠 겁니다.”

직장을 접고 살사를 선택한 그는 연봉으로 따지면 예전보다 못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선택, 국내 최고의 전문가가 된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현 원장은 “내 사연이 전해진 뒤 격려 전화와 e메일을 많이 받았다”면서 “원하는 일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사례로 남기 위해서도 살사에 승부를 걸겠다”고 밝게 웃었다.

약력:1971년생. 97년 중앙대 기계공학과 졸업. 97년 삼성SDS 입사. 99년 라틴리듬 프로덕션 공동 창립이사. 2005년 신세계 백화점 문화센터 ‘현필환 살사댄스’ 강사. 2003년 깐델라 댄스스튜디오 원장(현).
글 이효정 한경비즈니스 기자 jenny@kbizweek.com
입력일시 : 2007년 4월 11일 11시 10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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